오늘은 엘리엘 동산을 다녀온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올해 '더불어 행복하기'를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처음 알고 신청하게 되었는데, '내가 선발 될 수 있을까? 꼭 선발되서 캠프에 참여하고 싶은데...' 라는 생각으로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신청하게 되었다. 선발 발표까지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드. 디. 어. 선발되었다는 단비와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너무 감사했고, 너무 기뻤다.

    엘리엘 동산에 도착하고, '더불어 행복하자!' 라는 OT 후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서로 알아가기 위해 자기소개 하는 시간을 간단히 가졌다. 서로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자기소개 시간을 활용하여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약간의 휴식 후, '장애 민감성 교육 - 장애 체험' 을 했다. 이 시간에는 총 4개의 부스에서 휠체어 체험, 언어장애 체험, 시각장애 체험, 지체장애 체험을 했는데, 이 네 개의 부스가 진정 재미있는 부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언어 장애' 체험이었는데, 엄청나게 큰 사탕을 물고 말로 설명을 하려니 침만 뚝뚝 떨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로가 어색했던 상황에서 그 모습이 우스웠던지, 서로 웃음을 터뜨렸지만, 마음에서는 사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 '평범함'이라는 것이 정말로 감사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말 할 줄 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 본 적이 없었고, 오히려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짜증을 낸 적이 있었는데, 배부르게 살아가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이런저런, 아기자기하지만 마음은 깊어지게 만드는 활동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모이는 장소인 다목적실로 올라갔더니, 2박 3일간 함께 할 언니오빠들이 계셨다. 난 '신재 언니'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2박 3일간 모두를 데리고 조장으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 약간은 부담됐지만, 어우러져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며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서로가 친해짐으로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둘째 날에는 의외로 피곤했었는지, 약간 늦게 일어나 버렸다. 그래도 상관없이 서로 기다려주어서 다목적실에 함께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에는 ‘찾아라! 생활 속 아이디어’라는 프로그램으로 같이 시간을 보냈다. ‘찾아라! 생활 속 아이디어’라는 프로그램은 재활용품을 사용하여 각자의 주제를 표현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 조는 서로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주제로서, 임산부, 노약자, 장애인 등의 사람이 모두 어우러져 살 수 있다는 조형물을 만들었다. 비장애인들끼리 만들었다면 그냥 ‘아, 만들었네. 이쁘다.’ 이 생각만 했을 텐데, 이용인(장애인)분들과 함께 그들을 인정하는 조형물을 만드니 훨씬 인상 깊었고, 더군다나 신재 언니의 그림실력을 보고 감탄하며, 언니오빠들의 능력을 처음으로 인정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조별활동 후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곧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신재 언니는 밥 드실 때가 정말 귀여우셨다. 밥을 먹고 나니, 다른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흡사 음식점 주방을 방불케 한 맛난 간식 제작 프로그램이었는데. 엘리엘 동산에 살고 계신 언니들! 오빠들! 의 미각 부활 프로젝트와도 같았다. 신재언니와 함께 양배추, 햄, 빵, 토마토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어찌나 잘 만드시던지...... 특히 더웠던 여름날이었기 때문에, 수박과 여러 가지 과일, 그리고 사이다를 이용해 알록달록 달달한 화채를 만들어서 긴 종이컵에 듬뿍듬뿍 담아 엘리엘 동산 오빠들에게 전달하였다. 우리 조에 계셨던 ‘음상철’오빠가 있었는데, 그 오빠의 룸메이트 분들에게 전달하러 갔다. 그 때 그 오빠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 기분이 좋았다. 언니, 오빠, 우리가 만든 간식을 언니오빠들이 맛있게 드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원래는 식탐이 엄청나서 타인에게 먹을 것을 만들어 주거나 준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만들어 주면서 나의 모난 부분을 돌아보게 되어 기분이 좋고, 뿌듯했다.

    그 후에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워터미션을 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정말 재미있었다. 물론, 언니오빠들과 함께 했다! 과거에는 ‘장애인과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해 보지 못 했었는데, 서로 도우며,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서로서로 재미있게 놀았던 시간이었다. 헤어질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아쉬움에라도 더 행복하게 놀았고.

    2일차 마지막 시간은 장기자랑 시간이었다. 장기자랑을 신청한 아이가 거의 없어서 나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언니오빠, 특히 내 짝지였던 신재 언니한테 더 좋은 노래를 불러 드렸어야 하는데, 잘 부르지 못한 것 같아 너무나 아쉬웠다. 물론 마음만 전해졌으면 됬지만, 괜스래 아쉬웠다. 그래서 그 아쉬움과 함께, 다음에 가면 더 잘 불러서 언니오빠들 귀를 호강시켜 드려야겠다고 다짐하며, 2일차를 마쳤다. 2일차 밤에는 마지막 날 밤이었기 때문에 대학생 리더 언니오빠들이 사 주신 다양한 간식과 함께 각자 매점에서 과자를 사 와서는, 피곤한 와중에도 서로 놀면서, 캠프가 어땠는지도 이야기해보고 밤을 보냈다. 다들 성격이 서글서글해서 전혀 어색하지 않게, 심지어는 밤에도 모두 ‘더불어 행복’했었다.

    그렇게 몇 시에 잤는지도 모른 채 잠들었는데, 어느새 3일 차 아침이 밝아 있었다. 정작 3일차 아침이 밝으니, 전날 밤에는 미련 없이 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본다는 설렘보다는 언니 오빠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2박 3일이라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조장을 하면서 그 시간동안 서로에게 쌓아올린 정이 더욱 커졌던 것 같다. 마지막 날이라서 서로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신재 언니와 나의 커플 샷을 서로 보관하기로 약속했다. 이 차갑고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에서도 언니와 나, 서로를 평생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서울 교보빌딩으로 출발했다. 언니오빠들 뿐만 아니라 캠퍼들끼리도 매우 친해졌던 터라 서로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를 신청한 것도, 뽑힌 것도, 그 중 엘리엘 동산을 다녀온 것도 2016년 내가 한 일중 Best에 들어가는 일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놀 수 있었던 방학 8일중 3일을 사용하여 다녀왔는데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와, 특히 그 누군가가 우리가 약간은 낮게 바라볼 수도 있는 그런 사람과 더불어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하면 사용한 시간에 대비되지도 않게 너무나도 큰 것을 얻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난 그 방법을 배웠기에 돈과 권력으로도 살 수 없는 큰 것을 얻어갈 수 있었고, 삶을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하나가 더 생겼다. 어느 때에라도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유는 내가 강해져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2박 3일간의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는 내 열정이라는 말라버린 펌프의 마중물이 되어 주었다. 난 열심히 공부해서 남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한 푼이라도 더 쓰고,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지켜나가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2017년도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도 꼭 다시 참여하여 세상을 이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