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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문 수상작

임세원(운중고등학교/다하 봉사자)-청소년 부문 나눔상

같이 있어 가치 있던 더불어 행복하기

임세원(운중고등학교/다하 봉사자)-청소년 부문 나눔상

첫 시작은 그저 시험기간에 공부하다가 보게 된 반 뒤편의 게시물 한 장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슬쩍 보고 지나치던 그 종이 한 장에 나는 왠지 마음이 이끌렸던 것 같다. 그 길로 집에 와서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한 번도 들려본 적 없던 충북 제천의 다하 캠프에 신청을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면서 방학동안 의미 있는 캠프 하나 가지 않고 집에서 꼼짝 않고 있었던 나에게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 신청은 내 스스로 결정한 인생의 큰 도전이었다.

 

장애인.

 

캠프 전의 나에겐 가깝지만 먼 사람들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언제나 내 주위에 있었고, 항상 나에게 웃으며 먼저 안녕이라 인사해주던 친구들이었다. 학기 초에 학교에서 장애이해교육도 들었었고, 얼마 전엔 학급 친구들과 장애이해를 주제로 연극과 UCC를 만들어 상까지 탔었지만 장애인은 언제나 나에겐 내 삶 밖의 사람들이었다. 그랬던 나이기에 캠프에 합격한 이후 내가 이곳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 머릿속에 존재했고, 그렇게 나는 설렘과 조금의 걱정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을 지닌 채 제천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제천은 서울에서 무척이나 먼 곳이었다. 3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도착한 청암학교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아름답고 거대했다. 정신없이 짐을 풀고 점심을 먹은 뒤에 강당에 모였다. 강당에서의 시간, 그것이 나와 짝꿍의 첫 만남이었다. 내 짝꿍은 나를 환하게 웃으면서 맞아주시던 백미경 언니였다. 강당에서 처음 만나서 빙고와 마음 통하기 게임을 할 때는 서로 어색해서 짝꿍과 말을 많이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짝꿍과 손을 잡고 제천과학관도 가고 의림지도 같이 거닐면서 언제나 웃으시는 언니와 점차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 제천과학관과 의림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 미경 언니와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는데, 미경 언니는 나에게 친구 이야기와 청암학교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지만, 나는 언니의 말을 명확히 알아듣지 못했다. 강당에서 보았던 다하 영상에서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이용자 분들의 삶은 천천히 살아가는 삶이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원래 주위 사람들에게 말이 빠르고 성격이 급하단 소리를 자주 듣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미경 언니가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시면 내가 들은 내용이 맞는지 언니에게 다시 되묻고, 언니가 대답해주시는 식으로 천천히, 느리게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나는 점차 언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짝꿍의 마음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의림지를 함께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닭갈비 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짝꿍의 접시에 떡은 빼고 닭갈비를 담아 드리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국자로 닭갈비를 담아 드렸는데, 언니가 드시질 않으셨다. 조금 뒤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바로 내가 언니에게 닭갈비를 너무 많이 접시에 담아 드렸던 탓이었다. 언니의 의견을 듣지 않고 내가 독단적으로 한 행동에 대해서 난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나면서도 조금은 서러웠던 것 같다. 청암학교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짝꿍이 나에게 화가 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고, 잠자려고 숙소에 누웠을 때도 계속 신경이 쓰였었다.

 

둘째 날 오후에 우리 조는 조금 특별한 활동을 했다. 다하에는 세하의 집, 사하의 집, 이하의 집이 있는데 이중 이하의 집에는 중증장애인분들이 계신다. 우리 조는 평소에는 밖에 나가지 못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이하의 집 이용자분들을 위해 물놀이를 계획했다. 전날 저녁에 머리를 짜서 플랜을 짜고 한 시간 내내 물 풍선을 묶으며 물싸움을 준비한 끝에 물놀이 시간이 다가왔다. 여자 방이 먼저 물놀이를 했는데, 다시 미경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첫 게임은 바로 짝 달리기였다. 이용자 분과 봉사자가 한 팀이 돼서 물총의 공격 속에서 달리기를 하는 게임이었는데, 미경언니가 첫 주자로 달리게 되었다. 나는 미경언니 옆에 서있긴 했지만 무언가 복잡한 감정 때문에 나서고 다가갈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세원이랑 할 게요.

 

미경언니는 내 이름을 외우고 계셨던 것이다. 이름표를 차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는데 내 이름을 부르고 웃으시면서 내 손을 잡으셨다. 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장애인은 내 이름을 외우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 내 마음속에서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언니는 날 정말 좋아하고 있으셨던 것이다.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뒤로하고 언니 손을 잡고 함께 한 바퀴를 뛰었다. 언니가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기뻤고 행복했다. 언니뿐만 아니라 이하의 집 모든 분들이 물놀이를 하시면서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시는 것이 뿌듯함과 보람참으로 내 마음에 깊게 와 닿았고,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내 가슴속에 남게 되었다.

 

그날 밤 저녁, 장기자랑 시간에서 짝꿍과 함께했던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침에 물놀이 시간에 있었던 일을 말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결국에 무대에 내려와서 눈물이 터졌는데 사실 아직도 그때 감정을 잘 모르겠다. 그저 짝꿍과 손을 잡고 무대에 서있는데 왠지 감정이 복받쳤던 것 같다.

 

마지막 날 아침에 우리 조는 일정대로가 아닌, 직접 이하의 집에 찾아갔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들렀던 이하의 집에서 미경 언니는 나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오셔서 포옹해주셨다. 조원과 짝꿍이 함께 앉아서 과자를 먹는 순간에도 미경언니는 언제나 웃고 계셨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밝게 있으셨다. 난 미경언니의 밝게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앞으로의 미경 언니와 이하의 집 분들의 앞날에 계속 행복한 순간이 함께하길 바라며 청암학교로 향했다.

 

짝꿍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생각하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순간의 기억들이 정말 많다. 이하의 집에 계시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계획했던 산책 시간에서 휠체어를 타고 자연의 경치를 보며 진심으로 감탄하고 좋아하시는 이용자분들을 보며 깊은 보람을 느꼈다. 그분들에게도 함께 비눗방울도 불고, 종이접기도 하고 네일아트도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다. 장기자랑 날, 이용자분들이 모두 모인 강당에서 음악이 나오자 일어나서 춤추며 즐기시던 분들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들, 물 풍선을 터뜨리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들 하나하나가 스쳐 지나간다.

 

이번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를 통해 나는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다. 나는 방학엔 언제나 집에 틀여박혀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번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를 통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의미있는 방학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 나의 꿈은 그저 막연한 초등교사였다. 이번 캠프 이후 나의 꿈은 좀 더 구체적으로 변했는데, 바로 교육대학교에서 특수교육과를 전공하고 싶어졌다. 특수교육과를 전공해서, 학교에서 만나는 다양한 색의 아이들에게 편견없이, 차별없이 학생들의 색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교사가 되고 싶다. 이러한 나의 교사상을 정하게 된 건 이번 캠프 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3일동안 함께했던 4조 분들, 제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언제나 도움을 주시고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춤도 제가 비록 큰 실수를 해버렸지만 연습하면서 즐거웠어요. 저녁에는 조금 깊은 얘기를 나누며 제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하고, 무서운 이야기도 하며 탈 없이 이번 캠프를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3일간의 캠프동안 찍었던 수백장의 어머니와 함께 보았다. 그곳에서 있던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고, 그 때의 감정들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계속 내 기억속에서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의 3일간의 경험이 소중하게 간직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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